때는 바야흐로 9년전..20살 대학생 시절.. 기숙사 룸메 중 보령에 사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5-6명이 대천으로 여행을 갔었다. 보령 머드축제를 교과서에서만 봤었는데 직접 간다는게 신났고, 대학 친구들과 첫 여행이라 설렜다. 그날 대천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그 후 21살에도 대천을 또 갔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는데 이때도 많은 일이 있었던것 같다. 더이상 재미가 없어 이제는 안와야겠다 생각했던 그 대천을 29살에 가게 되는데.. ㅎ.. 갈때마다 다이나믹 한 곳이다.
남편없는 내편들과 2년전에 양양. 1년전엔 부산, 제주도를 갔었는데 올해의 행선지는 대천으로 정했다. 지리상의 이유도 있었고, 추억이 담긴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대천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순대볶음을 먹으러 갔다. 예전에 룸메가 대천 사람들 학창시절에 꼭 먹는 음식이라며 포장해왔는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대볶음 1인 2만원이라 적혀있는데 물어보니 2인분이였다.
너무 배고팠는데 음식 조리시간이 꽤 걸려서 현기증 났다..한입 먹는 순간 추억이 새록새록.. 와..! 존맛..!!! 까진 아니고 맛있었다.
물놀이 하기위해 바닷가로 나갔지만 젖는건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발만 담구고 다른 사람이 파놓은 하트 구덩이에서 사진 찍었다. 대충 찍고 가자 했는데 찍다보니 욕심생겨서 열심히 찍었다. 결과물은 그대로 간직.. 역시 우리 넷은 함께 찍은 사진을 건진적이 없다.
(하트 구덩이 파주신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법 인싸 같았어요.)
물놀이 하고 모래가 꽤 묻어서 씻고 다시 화장하고 밥먹으러 갔다. 가는길에 해지는게 너무 예뻐서 박포토씨가 사진을 멋지게 찍었다. 역시 서해안 노을 예뻐.
먹자 골목을 지나가면 수많은 호객행위를 구경할수 있다. 다 별로라 지나치다가 사람 제일 많고 서민갑부에 출연했다는 가게를 들어갔다. 그리고 최악의 선택이었다.
일단 가격 너무 비싸고(한철장사라 봐줌) 맛도, 서비스도 별로였다. 사장님이 사람 끌어당기기에만 급급해보였다. 일단 직원들이 우리가 시킨 음식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헷갈려했고, 많은 음식을 시키면 놓을 자리도 없을 만큼 테이블이 작았다.
밥먹고 먹자골목 쭉 지나가다보니 다른가게들이 또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 가게들은 술을 최소 한병에서 최대 8병까지 서비스로 주겠다 해서 아! 우리 또 호갱 당했구나 싶었다. 역시 호갱 안당하면 우리가 아니지.
배가 너무 불러서 간단하게 술이나 먹자하고 술집을 찾는데 딱히 갈만할 술집이 없었다. 그래서 간 생활맥주.
아주 넉살좋은 직원분이 소맥 좋아하냐 해서 그렇다 하니까 페트병 소주를 들고와서 소주를 따라줬다. 그리고 넘쳤다. ㅎ
맥주 먹고 또 나와서 어디갈까 하다 바닷가나 걷자 이랬는데 아니 이게뭐죠? 여기가 핫플이었네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래사장 위로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었다. 우리 생활맥주 왜 간거지..!!
잽싸게 편의점 가서 돗자리 사고 맥주 사고 안주사서 앉았다. 너무 적게 샀나 이야기 했더니 편의점 사장님이 또 올거잖아요~ 라고 하셨다. 우릴 넘 잘안다 ㅋ 그럴 관상인가 ㅋ
너무 배불러서 안주 거의 안먹고 술만 마셨다.
여기에 앉아있으면 진짜 거짓말 안치고 30초에 한명씩 놀자고 오는데 우리는 놀기 싫어서 35살이라 거짓말을 했다. 근데 다들 20대 초반이었고 우리가 누나인거 알면서 다가와서 현타 세게 왔다.
전날 늦게까지 노느라 잠을 못자서 다들 피곤하고 숙취해소가 필요해 분식집을 갔다. 사진에는 없지만 육개장까지 시켜서 야무지게 해장했다.
다들 집가는 기차티켓을 3시로 예약해놔서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있었다. 다시는 늦게 예약하지 않아야지. 우리의 실수다.
집가는 기차안에서 딥슬립.
남편없는 내편들과 대천여행 끝.